건전무쌍이지만
일단 접어서 보존.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딱히 그런 시가 아니더라도 달은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세일에서 건진 일주일의 식량과 생필품이 묵직하게 든 장바구니를 한손에 들고, 사이타마는 고개를 들어 달을 보았다. 보름달은 아니다. 마치 눈썹같은 초승달이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하늘에 떠있는 달이다. 자의는 아니더라도 다녀온 달이다.
[선생님?]
멈춰선 사이타마가 이상한 듯 제노스도 따라 멈춰섰다.
[아. 암것도 아냐]
암것도 아니라면서 사이타마는 여전히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고 있다. 초승달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런 스승을 따라 제노스도 달을 바라본다. 가느다란 초승달을 보느라, 제자의 눈도 초승달처럼 가늘어진다.
얼마를 그러고 서있었을까.
[......월석 비싸다고 했지]
[네, 선생님]
[달에 가봤었는데 말야]
[네, 선생님]
[별 거 없더라고]
[..........]
[왜 전에, 너랑 처음으로 대련한 곳 있잖아. 거기랑 비슷해]
삭막하고.
아무 것도 없고.
황량하고.
공기가 없어서 그런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적막하고.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지구는 눈이 시리도록 새파랗고.
물론 당시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주치과의사 때문에 열이 뻗쳤고, 얼만큼 힘을 줘야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생각 뿐이었다. 공기가 없어서 그런지 조용한 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달이 지구 중력의 1/6이라는 과학 상식은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았던 사이타마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은 달의 중력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런데 저렇게 예쁘네]
[.........]
제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치 보석이라도 보는 듯 가는 초승달을 바라보는 스승의 옆얼굴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다.
[거기엔 아무 것도 없는데]
[........]
[정말 황량한데]
[........]
[여기에서 보니까 마치 보석처럼 빛나잖아]
[......]
[그게 너무 신기한 거 있지]
[.........네]
아마, 어쩌면, 인간도, 인생도 그런 지도 모르겠다. 사이타마는 그런 생각이 얼핏 들었다.
모두의 가슴 속에 상처가 있다.
천체관측망원경으로 보는 달은 곰보 투성이다. 보기 흉하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달은 마치 보석처럼 빛난다.
가까이서 보면 어떤 사람이든 생채기 한두 개 쯤은 달고 산다. 보기 흉한 진실도 품고 산다. 마음 아픈 비밀도 품고 산다.
그래도.
그렇기에.
인간은 달처럼 빛난다.
[너 요즘 무슨 고민 있는 것 같더라, 제노스]
[........선생님]
[누구에게나 말못할 고민은 있어]
[..........]
[너한테도 있고, 나한테도 있지. 거 누구더라. 관절의 패닉? 말은 안해도 아마 걔도 있을 거야. 후부키도, 뱅 여감도, 킹도, 타츠마키도, 누구나 다 말이야]
[......선생님]
선생님.
말못할 고민이 있습니다.
말못할 상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말하지 못할 것 같은.
저 울퉁불퉁한 상처투성이 달이 보석처럼 빛나는 이유는, 저 멀리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당신 곁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당신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거리를 좁히려고 내가 다가간다면.
당신은 내 마음 속이 보이게 될 겁니다.
보기 흉한 내 가슴 속, 당신을 원하는 욕망까지도.
저 달이 멀리 있어 아름답듯이.
아마도 저는 당신에게, 지금처럼, 제자라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당신 곁에 있을 수 있겠지요.
제노스는 하고 싶은 말을, 해야할 말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노스]
[........네?]
가슴이 아파서,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가 없어서, 말하면 멀어질까 무서워서, 제노스는 살짝 거리를 둔 채 여전히 달만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을 보기가 두렵다. 너무 소중해서, 너무 환해서, 너무 아름다워서, 보는 것조차 두려울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하는 상대라면 더더욱..........눈을 돌리고 싶다.
[걱정하지마]
[선생님]
[너는 너야]
[......]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어떤 일이 생기든, 네가 어떤 결단을 내리든간에]
[..........선생님]
[너는 너니까, 제노스]
[선생님]
[괜찮아]
[.......]
[내가 말했잖아, 나 달에 갔다온 적 있다고]
[네]
사이타마는 고개를 들어 다시 달을 바라본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는 바로 다시 제노스를 향한다. 무표정한 제노스의 얼굴은 결코 무표정하지 않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스승은, 사이타마는 알고 있다.
[그 황량한 사막 같은 돌덩이가 여기선 이렇게 아름답게 보여]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습니다]
[나 다녀왔다니깐]
[......선생님?]
[곰보투성이건 사실은 황무지건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어]
[......선생님.......]
[저렇게 예쁘잖아]
[.....]
사이타마는 그의 제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툭툭, 힘을 주듯 몇 번 두들겨주었다. 그리고 조금 더 높이 손을 들어, 제자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서툴지만 듬직한 손길이 제노스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멀리 있어서 아름다운 게 아냐]
[........]
[아름다워서, 아름답게 보이는 거야]
[......선생님]
[사람도 그렇단다. 그러니까 너도......그런 거야]
[.....선생님.....]
[어떤 일이 있어도 달은 달이고]
[......네]
[너는 너야, 제노스]
제노스는 스승을, 온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기다릴게]
[선생님?]
[네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인지, 나는 그런 거 볼 수 있는 능력은 없어]
[......네]
[내가 널 도울 수 있을지 아닐지도 그것도 몰라]
[.......]
[하지만 네가 내게 무언가 말할 때]
[........]
[그 때가 올 때, 난 최선을 다할 거야]
[.......선생님]
사이타마는 팔을 뻗어 제노스의 등에 감았다. 토닥토닥. 삼촌이 조카에게 해주듯 살짝 두들겨준다. 그리고 아래위로 살살 쓸어주었다. 아버지가 아들을 달래듯. 어머니가 자식을 달래듯. 스승이 제자를 위로하듯.
...........연인이, 연인을 감싸주듯이.
[일단은 저녁부터 먹자]
[.....네, 선생님]
[배가 고프면 이상하게 생각이 안 좋은 방향으로 가더라]
[그렇지요]
[일단은 먹고, 푹 자자]
[네]
[내일이면 또 뭔가 바뀔 거야]
[네]
[아마도, 좋은 쪽으로]
[.....네]
스승과 제자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사이타마는 고개를 들어 달을 보았다. 제노스도 고개를 들어 달을 본다. 그리고 둘은 고개를 서로에게 돌렸다. 둘 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깜짝 놀란 듯 스승이 눈을 크게 뜬다. 제자가 웃는다. 스승도 웃는다. 둘은 함께 웃었다.
초승달은 보름달이 되고, 그리고 그 전에 해가 뜨고, 별도 떴다가 진다. 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멀리 있든, 빛을 반사하는 것이든, 구름에 가려졌든, 빛나고 아름답다.
다치고 흉해도, 말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사랑은 아름답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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