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보존. 도박묵시록 카이지




무지막지하게 건전한 봇카이, 카즈카이 카즈야X카이지 뻘글 보존용.




돈은 목숨보다 중요하다. 리네카와 그 자식은 그딴 소리를 명언인듯 지껄여댔지만 효우도 카즈야에게 돈은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저승에서 이 돈을 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살고 싶다. 살아있고싶다. 살아있다는 걸 실감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누구나 어렴풋이 하지만 카즈야는 실천으로 옮겼다.
남을 갈기갈기 찢어대는 것으로.

[미친 새끼]
[카이지 말인데, 진짜 어휘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뭐 좀 참신한 표현 없어~?]
[냉혈한]
[아, 좀 어려운 단어 쓰네. 근데 한자로 쓸 줄은 알지?]
[...........싸이코패스]
[스펠링은 알고 말하는 거야~?]
[피나 닦고 말해, 미자 새끼야]
[카카카]

자기 발 앞에 꿇어엎드려, 이마가 콘크리트 바닥에 쓸려 피가 철철 흘릴 정도로 고개를 조아리고, 목숨만 살려달라고 절규하며 부르짖는 어느 50대 도박중동자의 오른쪽 무릎 밑으로 발을 자르고 오는 길이다. 그 놈은 수지맞았다. 3천만엔의 빚으로 목이 잘릴 수도 있는데 발 하나로 끝나다니 정말 엄청난 행운아지 뭐야? 카즈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카카카 웃었다. 쇼크사 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충분한 의료장비를 갖추고 하지만 이미 카즈야 본인이 남을 자르는 데는 도가 텄다. 인간의 몸에 대해서는 아마 여느 외과의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대학은 경영학과를 가지 말고 의대로 갈까? 카카카. 진심으로 유쾌하다는 듯 자기 앞에서 피가 튄 얼굴과 손, 옷 그대로 웃고 있는 카즈야를 보며 카이지는 구역질을 느꼈다.

[.......미친 사드 새끼]
욕은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이 십대 애새끼에게 수건을 하나 건내주었다. 계속 소리내어 시끄럽게 웃으면서 카즈야는 얼굴을 대충 수건으로 닦았다. 에~~~뭐야 이 타올~~졸 구려~~냄새 나~~~뭐야 이거 걸레 아냐~~?하고 진심으로 물어보기에 닥치라고 하면서, 아 수건 하나 버렸네 돈 아깝다, 그런 생각도 했다.



피를 닦지도 않고 흥분한 얼굴로 야밤, 아니 새벽에 자신의 남루한 자취방에 찾아온 카즈야를 그래도 쫓아내지는 않았다. 쫓아내봤자 갈 놈도 아니고, 검은 양복들이 시끄럽게 구는 것도 짜증난다. 요즘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 미친놈은 남을 문자 그대로 썰어놓은 다음 요즘 꼭 자기를 찾아온다. 자랑할 데가 어지간히도 없거나, 아니면 자기 얘기를 들으며 질색팔색하는 카이지를 보는게 재밌어서 그러나보다. 남은 미쳐 돌아가시기 일보 직전인데.

카즈야가 피를 대충 닦은 것을 보고 수건을 휙 빼앗아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피로 얼룩진 수건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쓰레기통에 정확하게 꽂혔다. 꽂히기는 했는데, 조금 삐져나왔다. 카이지는 투덜거리며 끄응하고 일어서서는 수건을 쓰레기통에 쑤셔박은 다음 다시 침대로 돌아와 앉았다.
[헤에~의외로 깔끔하네 카이지~]
[닥쳐]
[처음에 왔을 때 여기 여자방인가 했지 뭐야~? 담배 냄새가 쩔긴 하지만~]
[왜, 돼지우린 줄 알았냐]
[응]
[X같은 새끼]

피냄새가 짜증난다고 생각하며 카이지는 셔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익숙한 쓴 냄새가 좁은 자취방 안에 금방 가득 찼다. 폐가 썩어문드러지건말건, 이 미친놈 옆에서 제정신을 챙기려면 일단 담배는 있어야겠다.
[나도]
[...................이 미친 쁘띠 브르주아 새끼를 봤나?]
아니 뺏을 게 없어서 재벌 2세 도련님이 자기 같은 초초초초초초초초 밑바닥 프롤레타리아의 담배를 달라고 해?! 요즘 담배 가격 안그래도 올라서 나 뒈지겠는데!! 말보로 한값에 420엔이란 말이다 이 미친 미자 새끼.
투덜거리면서도 카이지는 말보로 담배갑에서 한 개피를 꺼내 카즈야에게 내밀었다. 카즈야는 입을 우~하고 모아서 내민다. 이 미친 놈을 봐라. 입에다 물려달라 이거야? 하긴, 검은 양복이든 물장사 아가씨들이든 다 카즈야가 시키는 대로 했겠지. 하지만 난 아니거든?

[...........]
[..............]
카이지는 말없이 카즈야를 노려보며 담배갑을 내민 채로 꼼짝하지 않았다. 카즈야 역시 입을 우~한 채로 카이지를 바라보며 꼼짝하지 않는다. 썅. 뭐 이딴 걸로 유치하게 싸우자고 그래. 미자는 미자야. 자기도 21세밖에 안된 주제에, 카이지는 그래 어른인 내가 참자, 하고 한숨을 내쉬며 담배 한 개비를 애비를 닮아 못생긴 그 입술에 물려주었다.


[불]
[.......................]
이젠 욕할 기운도 없다. 그리고, 전부터 서서히 느끼고는 있지만, 이 놈은 지 입으로 지가 사드라느니 뭐라느니 하면서, 카이지가 욕을 해주면 엄청 좋아하고 있다. 욕이라는 건 상대를 화나게 하려고 하는 건데 상대가 기뻐하면 이건 욕을 하는 의미가 없다. 내 입만 더러워지지. 카이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그래도 이 미자 새끼 때문에 원형탈모가 생길 지경이다. 자길 고문하는 게 목적이라면 이 놈은 정말 목적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다.

셔츠 주머니에서 담배와 함께 항상 가지고 다니는 일회용 라이터를 꺼냈다. 흡연자들 생각엔 머피의 법칙 중 하나는 빨리 불을 붙이고 싶을 때는 라이터가 도통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랬다. 빨리 붙여주고 저 상판때기를 안보고 싶은데 이 망할 놈의 라이터는 딸각딸각 소리만 내고 불이 나오지를 않았다.
카이지가 낑낑거리며 라이터와 씨름하는 동안 카즈야는 입에 담배를 문 채 히죽히죽 웃으며 관찰하고 있었다. 역시 이토 카이지는 재밌어. 같이 도박할 때가 최고로 재밌지만, 그냥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다. 인간이 뭘 먹고 저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니 솔직하게 안 말해도, 인간을 인수분해할 때보다 카이지가 지금 라이터 때문에 곤란해하는 걸 보는 게 훨씬 재밌다.
카카카카카카.
담배를 입에 문 채 카즈야가 또 웃는다. 카이지는 에라이 썅썅바!하고 소리를 지르며 라이터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아마 싱크대 밑에 비상용 성냥통이 하나 있을 것이다. 카이지의 고향은 제법 시골인 마을이었고, 그닥 붙임성이 좋지 않은 데는 조용한 마을의 조용한 분교 생활 때문도 있었다. 툭하면 단전되는 마을에서 성냥갑은 21세기에도 필수이다. 단전 때만이 아니라 이렇게 라이터가 갑자기 말을 안 들을 때도 그렇다.

[자]
[.......]
뭔진 몰라도 영어는 아닌 듯한 꼬부랑 글씨가 조그맣게 새겨진, 꽤나 악취미가 발휘된 황금색의(아마 진짜 황금이겠지만서도) 라이터를 카즈야가 꺼내며 말했다. 카이지는 입을 다물었다. 이 미친 놈, 라이터가 있었으면 진작 지가 붙일 것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남한테 시켜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브루주아 애새끼. 재떨이 위에 올려놓은 카이지의 담배는 이미 허무하게 한 줌의 재가 되어 필터만 남았다. 아 피 같은 내 담배. 또 한숨을 크게 내쉬며 카이지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고, 카즈야는 그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또 뭐라고 할까 무서워서, 카이지는 그 손에서 재빨리 라이터를 빼앗아 카즈야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안그래도 되는데. 카카카]
[입 다물고 담배나 피워. 피 같은 내 담배야]
[남자가 째째하게~~담배 한 개비 같고 쪼잔하긴~~~]
[재벌2세는 모르겠지만 난 담배 한 개비 한 개비가 피 같고 소중하다고]
[카카카카]

얜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거냐. 별 게 다 재밌네. 그렇게 사는 게 재밌으면 남 좀 그만 괴롭힐 것이지. 카이지는 투덜거리며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시원한 가을밤 하늘을 향해 연기를 뿜어냈다. 아. 역시 담배는 소중하다. 내 폐가 썩어문드러지기 전에 이 미친 도박 중독 때문에 죽을 가능성이 더 크니까 난 그냥 계속 피울랜다. 
그리고, 피 냄새보다는......
담배 냄새가 견디기가 낫다.
고개를 돌려 힐긋 카즈야를 보며 저래 보여도 미자인데, 피냄새가 나는 것보단 담배 냄새가 낫지, 하는 생각을 했다.


----------계속 써봐야지.ㅜ.ㅜ 봇카이 왜 마이너야 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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