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메마쿠라 바쿠 - 음양사, 천고의권. ommyouji


2012년 7월에 나온 유메마쿠라 바쿠의 음양사 소설 시리즈 중 문고로는 최신간(?)입니다.
2012년에 벌써 이 음양사 소설 시리즈가 25주년이라고 하네요.
하............25주년.........25주년.......
마음 내킬 때만 쓴다는 이 음양사 소설 시리즈가 벌써 25주년......아......내 나이....바쿠 쌤 나이......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번역본을 내주는 고마운 출판사도 있고 하니.
이번 이 <천고의권>은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팬이라면 꼭 사세요 두 권 사세요.(......)

이건 뭐 단편 두 개는 읽다가 얼레 내가 원작 읽는거여 세이히로 동인지 읽는거여 헷갈릴 정도.(......)

전에도 쓴 적 있지만 오카노 레이코의 만화 음양사는 셜록 홈즈에게 메리수 자캐 마누라 붙여놓고 존 왓슨은 쩌리 취급하는 꼴이라서요.
내용 누설 있습니다.




마음에 들었던 단편만 우선.


1. 병박사

중국 고전 <산해경>의 태봉이 나옵니다. 얘기 자체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 등을 잘 묘사했지만 그보다 더 크리티컬 히트는 마지막의 두 사람 대화.

[<산해경>에 있었나?]
[으음]
[하지만 자네, 자신이 읽은 책이나 그런 일들은 죄다 기억하고 있나--]
[뭐, 대충이라네]
[세이메이, 자네도 생각해보니까 태봉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네]
[뭐가 말인가]
술잔의 술을 한입 마시고 세이메이는 말했다.

[태봉이 氣를 먹어치운다면 자네는 그---뭐랄까, 그런 것들을 먹어치우고 있으니 말이네]
[그런 것들?]
[그러니까 주술이나 <산해경>에 쓰여있는 것들이랄까, 그런 것들 말이네. 그런 것들을 계속 먹어치우지 못한다면 자네는 살 수가 없겠지]
[히로마사여,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내게는 또 하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게 있다네------]
[뭔가!?]
[바로 자네라네, 히로마사]
세이메이는 흘깃 히로마사를 보고, 빨간 입술가에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세이메이----]
히로마사는 조금 당황하고 있다.
그것을 감추듯, 히로마사는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가끔 자네의 그런 얼굴을 보지 못한다면, 이 생을 살아가는 사이 버틸 수가 없다네.......]
세이메이는 말했다.
[바보---]
히로마사는 그렇게 말하고 손에 들고 있는 잔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지만, 입술을 대고나서야 이제 술이 비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사내일세, 히로마사------]
세이메이는 그렇게 말하고 미소를 지었다.


-----------사겨라! 사겨라! 둘이 사겨라!


2. 그릇

이번 문고판에서는 세미마루 법사가 많이 나오네요. 개인적으로는 최신간 두 권을 샀는데 카모노 야스노리가 한 장면도 안나와서 슬퍼 죽겠습니다. 오카노 레이코가 세이메이 띄울려고 병신찐따를 만들자마자 사실은 세이메이보다 더 잘나고 여유있지롱!하고 짜자잔 소설에 내놓은 유메마쿠라 바쿠 쌤 알라뷰.


[히로마사여......]
세이메이가 중얼거렸다.
[뭔가, 세이메이]
[자네는 정말로 그릇으로서 뛰어난 것을 지녔군]
[무슨 소린가]
[좋은 그릇에 좋은 술을 따르듯, 자네라는 그릇에 좋은 것이 부어지고, 그 뛰어난 것으로 자네라는 그릇이 가득차고 있다네]
[칭찬을 해주는 것 같기도 한데 세이메이여, 자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나는 잘 알 수가 없구먼]
[주술 얘기를 해도 괜찮나]
[아니, 주술 얘기는 관두시게나. 자네가 주술 얘기를 하면 아는 것까지 뭐가 뭔지 잘 알 수 없게 돼버리니까]
[그러면 다른 비유를 해볼까]
[음]
[예를 들어 말이라는 것은 마음을 채우기 위한 그릇이라네]
[뭐라!?]
[벚꽃이라는 말도 그렇지]
세이메이는 정원의 벚나무로 시선을 옮겼다.
기분 탓인지, 잠시 전보다 봉우리가 더 열린 것처럼 보인다.
[벚꽃이라는 말이 있어 처음으로 저렇게 서있는 나무의 모습, 피기 시작한 봉우리, 흩날리는 꽃잎---마음에 떠올릴 수 있는 거 모든 벚꽃의 모습을 그 말 속에 담을 수 있다네]
[음.....]
[어떤 의미로는 이 세상 많은 것들, 존재라는 것들은 그릇이라고 해도 좋지. 아니, 바르게 말하자면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그릇이고, 그리고 거기 채워지는 것들의 관계로 성립할 수 있다고 해도 좋네]
[음.........]


중간의 역시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너무나 큰 슬픔에 미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다음에.

[이보게, 세이메이]
[뭔가, 히로마사]
[너무나 슬픔이 깊으면 인간은 그 슬픔으로 가득 차, 마음이 어딘가로 빠져 사라져버릴 때고 있군.......]
[음]
이번에는 세이메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이라는 그릇은 너무 큰 슬픔으로 가득 차면, 마음을 잃어버리게 되지----]
[피리를 불고 싶어졌네.....]
히로마사가 중얼거린다.]
[자도 자네의 피리가 듣고 싶네]

-------바꾸 쌤의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나도 세이메이의 저택 툇마루에 앉아 같이 향기로운 술을 마시며 인생사에 대해 이것저것 배우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에요. 흑흑. 사심 다 빼고.(......)


3. 염정관음

딴 건 다 제쳐두고 헤이안 도읍의 아씨들에겐 미나모토노 히로마사가 믿는 아베노 세이메이라면 우리 여자들도 믿을 수 있어! 이런 인식이 퍼졌나봅니다. ㅎㅎㅎㅎㅎ

[이보게, 세이메이]
[왜 그러나]
[정말로, 사람의 마음이란 번거로운 것이로군---]
[음]
[뭘 어찌 해야 좋을지 답이 없네........]
[아아]
[사람은 평생 그 답 없는 마음 때문에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렇겠지]
[그것이 너무나 쓸쓸한데, 또 반대로 묘하게,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하는군......]
[히로마사여, 피리를 들려주지 않겠나]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 인간은 다들 그러니까.....

4. 흉내쟁이 히로마사

동인지에서나 나올 따블 히로마사!!!!!!!!!!!!!!!!!!!!!!!!!!!!!!!!!

그나저나 언제부터인가 히로마사는 세이메이가 웃거나 어려운 얘기를 하면 입술을 삐죽 내밀고 뺨이 뚜웅 부으면서 째려봅니다. 으하하하하하하. 아이고 이 묘사 너무 좋아.

히또고또누시(一言主)를 모시는 신사에 왕 대신 찾아가서 피리로 곡 몇 개를 불어 헌납하고 돌아오다가 신의 장난에 걸려버린 히로마사. 아침에 일어나니 자기가 둘이 되었습니다. 당황하다가 이런 건 세이메이 전문이지 하고 아침부터 찾아가는데.
별로 안 당황하는 세이메이를 보고 따블 히로마사가 삐치는 묘사가 아이고 이것 참........

처음에는 만져지지 않는 허상 같았는데 점점 더 구체적이 되어가는 가짜 히로마사. 말도 진짜가 하면 약간 텀이 있었는데 점점 말도 거의 동시에 나오게 되고.
더이상 말하지 말라는 세이메이의 말에 놀라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는 히로마사의 묘사는......하.........러블리.(......)
그 다음부터 세이메이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계속 두 손으로 입을 가리는 착한 아이 히로마사....아......러블리.

[그러나 히로마사여, 자네의 피리는 너무나 훌륭하네만 신 앞에서는 너무 쉽게 불지 않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네......]
그렇고말고. 온갖 것이 다 꾀이니까.

가짜 히로마사는 일언주 신의 일부인 메아리였습니다. 안그래도 신이 있는 곳에서 히로마사의 하후다츠 피리 소리에, 진심으로 자연 경관에 감탄하는 히로마사의 목소리 메아리가 씌인 것.


[메아리라는 것은 산신 속성의 하나지. 소리가 울리는 건 자연의 현상이네만 거기에 산신의 일부가 씌었어]
[뭐.........]
[아마도 자네 피리 소리에 감응하여 오랜만에 나타났다가 자네에게 씌이려 한 것이라네. 자네의 큰 목소리가 이 산에 메아리로 울려서 "저것"도 씌이기 쉽게 된 거겠지]
[씌이면 어찌 되나]
[경우의 수야 많지. 곧 사라질 수도 있고, 자네그 그대로 신이 될 수도 있네]
[내가 신?]
[사람도 신이 되지]
[아니,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것 참 무서운 일이로군]
[신이 된 히로마사도 나쁘지 않네만 피리를 못 듣게 되면 슬퍼지지 않겠나]
[그럼 아까 그 메아리는---]
[그 인형에 옮겨붙은 그 놈이 놓아주었지. 이제 해는 없네]
[나는 그럼 산 건가]
[신이 못 되어 아깝군 그래]
[신 같은 거 안 되도 좋네. 하지만 이제 이 산에 메아리아 안 들리게 되면 어쩌나]
[그렇진 않아]
[그럼 앞으로 어찌 되나]
[예정대로 요코가와까지 가세]
[이제 끝난 거 아닌가]
[아직 보답이 끝나지 않았네]
[보답?]
[닌가쿠 님과 이 산신에게 드릴 보답]
[-------]
[소원을 들어주신 보답으로 미나모토노 히로마사를 데리고 가서 피리 소리를 듬뿍 들려드리겠노라 글로 써서 보냈으니까]
[피리라------]
히로마사가 불안한 듯 말했다.
[이제 괜찮네. 이 신은 일언주 신 같은 장난은 안 치니까. 아주 진지한 분이시지. 게다가------]
[게다가?]
[내가 같이 있다네. 한 마디 더 해두자면 가능하면 맛있는 술 준비도 부탁한다 글을 썼다네]
[그, 그런가]
[가겠나]
[음]
[가세]
[가세]
일은 그리 되었다.

---------로 끝납니다. 으아아아아아앙. 따블 히로마사 영상으로 보고 싶네요. 흐어어어어어어엉.
"게다가 내가 같이 있다네"보다 "맛있는 술"에 반응하는 히로마사 으허어어어어엉.


5. 거울 동자.

엄마 나 동인지 샀나봐. 나 원작 산 거 맞아?
따블 히로마사에 이어 쇼타 히로마사입니다. 하악하악. 미나모토노 중장님 제가 해쳐요 제가......하악하악......

임금이 맡긴 거울을 카네이에라는 대신에게 우차를 타고 전해주러 가다가 거울 속에 빠져버린 거울 나라의 앨리스 아니 히로마사.
방위의 신들이 히로마사(쇼타 아니 동자 버전)을 놓고 티격태격 내꺼네꺼 싸우는 것도 훈훈(?)했지만.
그리고 이제는 임금을 그 남자라고 부르지 말라는 히로마사의 타박에 대꾸도 안 하는 세이메이도 훈훈했지만.
음태(陰態) 속에서는 신들이 히로마사에게 찝쩍거리기 쉽다는 세이메이의 말도 훈훈했지만.

일단 모든 기억을 잃은 어린 히로마사(어라 진짜 거울나라의 앨리스로군)를 인도한 건 세미마루 법사의 비파 소리.
세이메이의 목소리를 어딘가에서 들은, 그리운, 그리고 든든한 목소리라고 표현한 거에서 침몰.
거울 속에 들어가면 마음 일부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다는 거에도 침몰.


----------

아무튼 읽으면서 행복했습니다. 바쿠쌤 25년간 고마워요. 앞으로도 계속 써주세요. 흑흑흑.



덧글

  • 메이밍밍 2013/06/06 13:32 #

    아아 신간 나왔군요 저 음양사 참 좋아하는데요 ㅎㅎ
    소설판 히로마사는 살짝 어리버리한듯하지만 착하고 올곧은 사람이라 너무 좋아요 헤헷
  • 사노 2013/06/07 08:01 #

    살짝 어리버리한 듯 한게 세이메이 옆이라 그런 듯요 ㅋㅋㅋ 요즘은 그냥 승천해도 될 경지인 히로마사 ㅋㅋㅋ
  • 키르난 2013/06/06 15:07 #

    내용 소개는 후르륵 내려버리고~ 저도 이건 원서로 사고, 번역서 나오면 또 번역서로 살 생각입니다.+ㅅ+
  • 사노 2013/06/07 08:01 #

    번역서는 안 사겠지만 이번 문고판은 진짜 풍성한 선물이었습니다. 으아아앙 떠블 히로마사 쇼타 히로마사 바쿠 쌤 만세......지친 일상에 한줄기 빛을 부녀자에게 내려주셔(......)
  • 로리 2013/06/06 16:32 #

    신들의 봉우리 재판 좀...하고 우는 제가 있습니다
  • 사노 2013/06/07 08:01 #

    전미가 울었다.......
  • 조훈 2013/06/06 20:30 #

    얼마전에 읽었는데... 슬슬 좀 노멀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 사노 2013/06/07 08:02 #

    전 가면 갈수록 바쿠 쌤의 히로마사 러브도가 폭발하는지라 계속 기대중인데 1년에 한 권도 안 나오는 페이스인지라ㅠㅠㅠㅠㅠㅠㅠ
  • 天照帝 2013/06/07 12:30 #

    ...히로마사가 그대로 신이 돼서 가 버렸다면 백귀야행은 뭔 짓을 벌였을까요...;
    딴 오니라면 모를까 슈텐이라면 신이고 뭐고 감히 누굴 꼬셔 가느냐고 너죽고 나살자고 덤비고도 남을...;;;
  • 사노 2013/06/08 12:57 #

    제 말이요. 슈텐동자를 보고 세이메이가 인사하는데 상콤하게 씹어주고 히로마사만 찾고 히로마사는 뺨을 붉히는 원작자의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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