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eration (1+2) walking dead



이젠 데글에 이어 노스까지.
그나저나 모처에 쓴 것들 다 긁어와서 언제 정리하나.






[어머, 스티븐, 괜찮아?]
[으.....으음.........오케이......오케이.......아임.......오케....이]
[전혀 오케이가 아닌데]

워킹데드 2부 촬영 시작 기념 파티. 조촐한 모임이지만 주요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일거리는 있고? 그나저나 이번에도 찜통 더위에 촬영인가? 다들 자동으로 다이어트 되겠군.
쌓였던 이야기는 길어지고 술병도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가정과 파트너를 가진 사람들은 휘청휘청 일어나 퇴장했을 무렵.

[어머, 어쩌지, 스티븐이 취했어]
[약한 주제에 애새끼가 쳐먹고 지랄이야, 지랄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병나발을 불며 스텝들과 얘기하던 노먼이, 스티븐을 걱정하며 흔들어보는 엠마에게 농담하듯 욕을 한다. 아니, 욕을 하듯 농담했다.

[스티븐, 스티븐]
엠마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뒤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다들 호텔을 잡았겠지만 스티븐이 어떤 호텔에 예약을 했는지는 대화에 없었기 때문이다.
[걱정말고 가봐, 엠마. 내가 봐줄테니]
[어머 정말이에요?]
가뭄에 단비, 아니 취객에겐 덩치 큰 마초인 법. 엠마는 그제야 스티븐이 기대고 있던 어깨를 살짝 빼고 그의 자세를 고쳐준다.

[그건 그렇고, 스티븐도 노먼도 왜 파트너는 안 데려왔어요? 여친 있잖아요]
[그러는 넌]
쓴웃음을 짓는 노먼에게 엠마가 윙크한다.
[......연예인도 아닌데 데리고 왔다가 괜히 파파라치한테 찍히면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죠? 둘 다]
[파파라치한테 찍히면 영광이지. 우리 아직 마이너잖아]
[무슨 소리, 노먼이 뭐가 마이너에요]

엠마는 윙크로 인사를 대신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보아하니 아마 이 멋진 금요일 밤에 약속이 있는 듯 하다.
자.
그건 그렇고.
저 술에 떡이 된 키드는 어떡한담.

스티븐의 실제 나이가 28살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봤자 노먼이 보기엔 한참 어린애다. 나이로 보나, 연기계 데뷔로 보나 말이다.
게다가 촬영의 여파 덕분인지 스티븐을 부르는 호칭에 키드가 아주 입에 붙어버렸다.
본인은 눈살을 쪼금 찌푸이긴 하지만 말이다.

[헤이, 키드]
[............뭐.........]
[술에 약한 주제에 뭐 이리 쳐마셨어. 애는 애구나]
[......애 아니거든요.....으음.......]

한숨을 쉬고 노먼은 스텝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누구 스티븐이 잡은 호텔 아는 사람 없어? 이 자식 완전히 뻗었거든!
조감독 하나가 다가와 XX호텔이라고 얘기해준다. 그다지 먼 호텔은 아니지만 걸어가기엔 무리다.
더군다나 이렇게 뻗어버린 사내놈이 가기엔 무리다.
다시 한 번 한숨을 쉬고 노먼은 스티븐의 팔을 잡아 어깨에 걸치게 했다.

[어이, 노먼, 자네도 술 마셨잖아! 음주운전으로 촬영 시작도 전에 망치진 말라구!]
[신경끄고 마시던 술이나 마셔. 나가서 택시나 잡지]
[콜택시 불러, 콜택시. 지금 불러줄게]
스텝 하나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뭐라뭐라 얘기한다.
[오케이, 앞으로 20분이면 올 거야.......어라, 왜 벌써 일어나?]
[얘 술 좀 깨게 해보려고]

노먼은 스티븐을 억지로 일으켜 걷게 했다.
[뭐야............더 마실 거야........마실 수 있어.......오랜만에.......재밌는데]
[닥쳐, 키드]
의외로 스티븐은 얌전히 입을 닫았다.

비틀비틀, 두 사람은 시끄러운 파티 회장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




[야, 거 좀 똑바로 걸어봐라]
[........흐아암]
[하품이나 쳐하지 말고, 새꺄]

소용없다. 금방이라도 두 발이 꼬여서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았다.
노먼은 한숨을 쉬고 부축하는 대신 들쳐업기로 결심했다.
팔을 살짝 놓고 재빨리 업으려고 하는데.
업는 건 업는 쪽도 업는 쪽이지만 업히는 쪽도 잘 업혀야 하는 법.

[야, 너 똑바로 안 잡을래?]
[....엉?]
[제대로 업히라고! 젠장, 도로까지 드럽게 머네]
[.....여기....어디?]
[내 등 위다]
[....어엉?]

노먼의 등에 업힌 스티븐이 그제야 고개를 든다. 비록 노먼의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에 초점이 없었다.
[시원하네....]
[바깥이니까 당연하지, 짜샤]
[여기...어디....]
[내 등 위라고]
[아.....데럴]

이 자식 봐라. 술에 취해서 그런가. 지금 촬영 현장하고 헷갈린 건가.
얼핏 뇌리에 스치고 지나간다. 애드립 대사였지. [꼬맹이, 너 얼마나 술에 센가 한 번 보자].
그 날 촬영의 마지막 장면이었기 때문에 출연진 중 정말로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연기의 리얼리티를 위해서라지만 해방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많이는 아니었어도, 노먼과 스티븐도 있었다.

[어디...가요?]
[.......]
택시 잡으러 간다고 말하려다가 노먼도 장난기가 발동했다.
[네 방에 가는 거잖아. 기억 안나?]
[아.......그런가요, 데럴]

이 자식, 뼛속까지 배우 맞군. 술기운에 드라마 촬영과 착각하다니. 하긴 그 때도 그러고보니 이렇게 업어줬지. 그래서인가.

[.....나...술.....많이 마셨나....]
[그래. 이기지도 못할 술은 왜 쳐먹냐]
[....먹으라고...했잖아요...데럴이]
[그러네]
[.......컷 소리 나올 때가 됐는데....]

술에 취했는데도 목소리를 죽여 데럴의 귓가에 스티븐이 속삭인다.
그 속삭임에 저도 모르게 목에 쭈뼛 소름이 돋았다. 그 때와 똑같다.

[....야, 간지러워! 그리고 지금 촬영 줄 아니다, 키드!]
[.....어?]
아직 한여름이 되기 전의 건조하고 시원한 바람이 노먼의 금발과 스티븐의 흑발을 스치고 지나간다.
[.......어라?]
[정신 들었냐, 스티븐]
[......어....아니네....촬영장]
[어~지간히도 촬영장에 정들었나 보구나. 걱정마라. 곧 다시 가니까]

끙차, 기합을 주고 한 번 더 스티븐을 고쳐 업었다. 정신은 조금 들었지만 아무리 봐도 두 발로 걸을 상태가 아니다.

[노먼]
[왜 자꾸 불러]
[어디 가요....]
[택시 타러]
[나...걸을 수 있는데....]
[미친 소리 하고 자빠졌네. 한 번 걸어봐라]

노먼은 일발의 자비심도 없이 스티븐을 내려봤다. 쿵. 가벼운 소리와 함께 스티븐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으윽....]
비틀비틀 어떻게든 일어나보려고 하지만 소용 없었다. 고개를 가누기도 힘이 들었다.
[봤냐? 봤지? 자꾸 똥고집 피울래?]
[......나...걸을 수....]
[아 거 참 애 먹이는 애네]

노먼은 다시 스티븐을 들쳐맸다. 업었다기보다는 들쳐맸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노먼, 기운 좋네요]
[칭찬 안 고마워]
[오늘...약속....없어요?]
[없어. 여친 바빠]
[......아, 노먼 새 여친]

스티븐은 헤헤헤 웃었다.

[......글렌]
[............]
[글렌이라면서요, 새 여친]
[그래]
[....헤헤]

스티븐은 다시 눈을 감았다. 노먼은 한숨을 쉬고 이제 도로가 보이는 문에 다다른 것에 감사했다.

덧글

  • 2011/06/13 12:0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사노 2011/06/13 13:14 #

    꺄아아아아아악 N님이 이런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끄아아아아 흐어어어어어어어어엉 가벼운 마음으로 썼는데 꼭 완결짓겠습니다 흐어어어어어어엉 나으 존잘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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