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코미케, 코믹시티 추억. 일본여행&국내여행



.........................다시 갈 일이 아마도 없을 테니 정말 추억으로 퇴색되었구나 오오 이벤트.


1. 겨울 코미케.
처음 간 코미케는 1996년 겨울 아리아케에서는 제2회로 열린 코미케. 일본에 간 적은 있었어도 코미케나 이벤트는 한국에서도 가본 적이 거의 없던 터라 두근두근한 첫경험.
 
미리 구입한 코미케 카탈로그를 보니 오 이건 완벽하게 바퀴벌레를 때려잡을 수 있겠어! 그 정도인 두께와 무게 후덜덜. 일단 그 때 매진하고 있던 장르......를 체크하는 게 아니고 모 장르 모 동인분과 만나기 위해 가는 코미케였던지라 .

새벽........까진 아니고 아침 5시에 일어나 뭐 인기장르 책을 살 것도 아니고 구경삼아 가는 거니까 천천히 가지 뭐 그랬는데 일행 중 몇몇은 개장 전에 도착해 줄을 서야한다고 강력치 주장해서 어찌저찌 도쿄역 환승선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7시.

넓디넓은 도쿄역에서 어디로 가나 두리번거리는데 옆을 지나치는 여성 두 분의 가방에 대롱대롱 매달려 달랑거리고 있던 것은 바로 루로오니켄신, 바람의 검심의 아오시가 아닌가. 그렇군. 저분들을 쫓아가면 되겠군. 본능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고 얼마 안 가 그 두 분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일코는 빡세나 뭔가의 뽀인트가 저 아오시처럼 [나 지금 코미케 가는 거임] 말해주는 분이 많아 햄볶았어요. 아 세상에 동지가 이렇게 많구나. 후덜덜.

이리저리 떠밀려 어느새 코미케 회장인 도쿄 아리아케 빅사이트 회장. 살아생전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본 적은 처음인듯. 그리고 그렇게 질서정연하게 줄서는 사람들도 처음인듯. 진짜 코미케 관리 알바분들 말을 어쩜 그리 잘들 듣는지. 사람은 많았지만 열받거나 짜증나진 않았고 시끄럽지도 않았음. 새로운 컬쳐쇼크.

9시인가 10시인가 개장시간이 지났어도 줄은 줄어들 기색이 없고. 그래도 누구 하나 짜증내거나 조바심 내거나 새치기하는 사람도 없고. 사이사이 화장실 가면 암묵적으로 다들 그 사람 챙겨주고. 심지어 생판 모르는 남에게 가방 맡기고 화장실 가는 사람도 많았음. 오오 이 조용한 믿음 분위기 좋은데?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뜨거운 오뎅이나 커피를 1.5배로 파는 상인들이 나타남. 행사요원들이 조용히 다가가 가시라고 함.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구나.

아침 7시에 도착했는데 개장시간에서 30~40분 지나 들어갔던 듯. 뭐 들어가서는 아는 장르 아는 분들 만나고, 부탁받은 거 좀 사고 그랬더니 시간 후딱 가고, 코스프레한 사람들 좀 구경하고, 폐장 1시간쯤 전에 일본 지인들과 만나 긴자로 자리를 옮겨 뒷풀이 같이 하고 그랬던 추억.

2. 여름 코미케.
내가 두 번 다시 놀러나 쇼핑 때문에 일본 가면 인간이 아니다. 성을 갈아야한다. 이건 인간이 살 환경이 아니다. 특히 인간들이 몰려드는 아리아케 회장이라면 더더군다나.
겨울엔 사람이 많아도 뭐 별로 짜증날 일 없었는데 이번엔 좀 다르더라. 여기저기 신경전도 적잖이 벌어지고. 회장 안은 더더군다나 지옥. 여름 코미케 한 번 갔다와서 2킬로가 빠졌으면 말 다 한 거지. 뭐 다이어트로는 좋겠지만.

3. 비오는 날의 코미케.
다리 아프다고 앉을 수가 있나 짐을 내려놓을 수가 있나. 어느 겨울날의 코미케더라. 몇 년도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아무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추억. 그러나 여름 코미케와 비오는 날 코미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단연코 후자다. 단 날씨가 안 더울 거라는 가정 하에.

4. 딱 한 번 가본 코믹시티.
출장 중에 우연히 겹쳐서 우연히 가게 됨. 원래 그거 노리고 간 것도 아니고, 게다가 어 이건 코미케와 달리 카달로그(600엔)를 반드시 사야 한다니 확 가지 말까 그랬다가 반나절이 고스란히 비는 바람에 이왕이면 가자로 낙찰.
일을 마치고 휘적휘적 1시쯤 역시나 아리아케에 도착하니 생각보단 많았지만 코미케에 비하면 여기는 양반. 때는 6월. 도쿄는 더웠지만 생각보단 견딜 만 했고.
마이너한 장르는 오히려 코미케보다 더 많았던 기억. 경쟁률이 덜하기 때문일까. 행사요원들도 코미케보다는 날이 덜 섰고 부스나 손님들도 마찬가지로 더 [아마추어틱]해서 즐기기엔 편했다. 이것도 몇 년 전이니 지금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일본에서는 도쿄 이외엔 이벤트 간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갈 일은 없을 듯 한데, 아리아케에 갔던 고생은 지금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고나.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에 한 번쯤 가볼 만한 이벤트이긴 한 듯도.

뱀발: 이제는 정열도 체력도 받쳐주지 않아서 이벤트 간다는 건 무리 절대 무리...............


뱀발 둘: 이상하게 여성향 동인들은 이벤트 때 힘 주고 화장하고 예쁘게 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남성향이 많았던 동관인지 서관인지에 우연히 들어갔을 때의 그 땀내와 사내 냄새, 그리고 여자를 보는 그 다섯 가지 덕을 쌓은 분들의 눈길이란.........아마 그것도 평생 못 잊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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