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최대 마약만화, 유리가면 - 타케쿠마 켄타로 그 외 만화 잡담


[갑자기 최종회]라는 책에서 유리가면에 대한 재밌는 칼럼이 있기에 발췌.
노리고 산 건 물론 블랙잭 쩐쨍님이지만 아이씨 또 나쯔메 후사노스케네.
그놈의 극화체 타령.

-----------유리가면 최종회는 이렇게 될 것이다!

일본최대의 마약 만화!

[속는 셈 치고 한 번 읽어봐. 나는 방바닥을 긁어대며 읽었어]
소설가 T씨가 이렇게 필자에게 <유리가면>을 권한 것이 지금부터 약 8년 전.
[어? 그거 순정만화잖아?]
반신반의하는 필자에게 T씨는 필사적으로 스토리를 설명해주었지만 아무래도 땡기지가 않았다.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소녀(키타지마 마야)가 왕년의 대여우 (쯔키카게 치구사)에게 그 연기 재능이 발탁되어 일본 최고의 여배우를 목표로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드라마의 정석으로 라이벌인 천재 연극소녀(히메카와 아유미)가 등장해 환상의 희곡 [홍천녀] 상연을 둘러싸고 서로 경쟁한다는 게 골자다.
요컨대 [거인의 별] 연극 순정판이며 더없이 진부하기 짝이 없는 드라마인 것이다. 작자인 미우치 스즈에의 이름이나 [유리가면]이라는 타이틀 정도는 그 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미우치는 순정만화 대 베테랑. 그 시점에서 이미 몇 십년이나 [하나또유메]지에 연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래 하고 있다는 것은 냉정하게 생각하면 [반드시 무언가 있다]인데도 당시 필자는 멍청하게도 "안 먹어보고 싫다"는 주의였다. 이유 중 하나는 미우치의, 빈말로라도 유행이라고는 말하기 힘든 화풍 문제이다. 요컨대 엄청 전에 유행했던 반짝반짝 눈동자가 전형적인 순정만화 그림이다.

그래서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아무튼 T씨는 거의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설득했다. 근처 서점에서 [유리가면] 3권을 구입해 집에 가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필자는 서점이 문 닫기 바로 직전 그 서점으로 뛰쳐들어가, 남은 책을 전부 사고야 말게 되었다.

이후 필자는 몇 번이나 [유리가면]을 다시 읽었는지 모른다. 읽을 때마다 등에 소름이 돋고, 이 나이에 부끄럽게도 눈물까지 흘린다.

이것은 이미 마약이다. <유리가면>은 현대일본이 낳은 궁극의 [이야기]이며 이 합법국가에서 용인되는 유일한 합법 마약이다.


----유리가면은 무섭다!


필자는 직업상 많은 만화가와 대할 기회가 있지만 그들과 얘기하다가 문득 대화가 <유리가면>으로 갈 때가 있다.
[미우치 선생님 참 잘도 하시네]
그들은 모두 이렇게 웃지만 만약 그 자리에 제3자가 있었다면, 그들의 눈동자 속에 어떤 "경외"가 떠오르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공포"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연재경험이 풍부한 작가일수록 공포에 가까운 것 같다. 도대체 <유리가면>의 어디가 공포일까?

모든 것에는 한계라는 게 있다.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평범한 인간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100미터를 9초 속도대로 뛰듯이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려는 선수가 있다고 치자. 당연히 사람들은 그를 비웃으며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선수는 제정신이며 정말로 단거리 질주 스피드로 달리기 시작했다. 10킬로, 20킬로, 그 스피드는 거의 줄어들지 않고 반환점을 돌아도 100미터 10초 속도를 유지한다면......육상관계자가 느끼는 감정은 [공포] 이외에 그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유리가면>에 프로 만화가들이 느끼는 공포는 이와 비슷할 것이다. 즉,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에서도 새로운 공포가 나오는 것이다.

<유리가면>에서 보이는 불가능이란 부엇인가. 그것은 소재가 [연극]이라는 것도 그 하나이다. 물론 연극을 만화로 그리는 것 자체는 불가능이 아니다. 무대 위에서 연기자가 연기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면 되니까 오히려 만화가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리가면>의 테마는 연극에 의한 [승부]이다. 그렇다면 경쟁자들의 연기가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그림]으로 그려야만 한다. 게다가 승리한 측의 연기가 어떻게 대단한 것인지 [그림]으로 독자를 납득시켜야만 한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적어도 만화를 그린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깡패물이나 스포츠물이라면 실로 승부라는 것을 간단하게 그릴 수 있다. 깡패라면 상대를 쓰러트리는 그림을 그리면 되고, 야구라면 홈런 그림을 그리면 된다. 그렇기에 만화계에서는 지금도 깡패물이나 스포츠물이 범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화에서 [美]를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아니, 이렇게 쓰면 반론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그림의 만화는 얼마든지 있고, 미인이 주인공인 만화는 썩어나갈만큼 낳다. 그렇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여기 한 여성을 그린 2장의 명화가 있다고 치자. 어느 쪽도 화가의 개성은 다르지만 실로 아름다운 그림이다. 이런 2종류의 다른 [미]를 만화로 그린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만화는 패턴화된 [미]를 그리는 것은 쉽지만, [2종류의 다른 미]라는 미묘한 영역을 그리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장르다. 만화의 특징인 그 대단한 기호성이라는 것이 이런 경우 역으로 작용한다.

이런 경우 [맛의 달인] 항목에서 술회한 [미각] 문제와도 비슷하긴 하지만 [유리가면]이 직면한 문제는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다. 미각은 그림으로 그릴 수 없기에 [트릭]을 잘 쓰면 어느 정도 독자의 상상에 기댈 수 있다. 그러나 [연극]은 어줍짢은 그림으로 그린다면 거기에 표현되는 [미]에 어느 누구도 동의할 수 없다. 아무리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대단한 연기다!] 하고 외쳐봤자 실제로 그려진 그림이 그 정도가 아니라면 독자는 실망할 것이다.

이런 경우 작자가 가야할 길은 사실 2가지밖에 없다. 포기하던가, 각오하고 그 선을 넘을 수 있게 그리던가. 후자의 선택에는 최고의 테크닉이 요구된다. 오오토모 카츠히로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종래의 만화적 기호 패턴으로 망치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은 그렇게 생각한다.


미우치 스즈에는,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의 그림은 빈말로라도 "새롭다"고 할 수 없다. 철저하게 구식 순정만화의 기호 패턴을 답습한다. 그녀는 오히려 패턴에 얽매임으로써 오히려 연극을 만화로 그린다는 불가능한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그녀의 [패턴]에 대한 고집은 단순히 그림 문제만이 아니다. 스토리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그렇다. 예를 들어 주인공 미타지마 마야가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많은 왕따를 당하는 묘사가 나온다. 어떤 무대 위에서 그녀가 먹어야할 만두가, 못된 단원의 장난으로 진흙 뭉침으로 바뀐 적이 있었다. 여기서 그녀가 주저한다면 연극을 망치게도니다. 그녀는 어떻게 했을까. 그렇다.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주인공은 이 진흙만두를 [맛있다]며 먹었다.

독자는 폭소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그러나, 이런 묘사를 차츰 읽는 사이 어느새 웃음은 얼어붙는다. [유리가면]은 이렇게 엄청난 에피소드가 [이래도냐!]하고 기관촐처럼 터져나오는 제트코스터 만화다. 독자는 제트코스터에 태워져 판단을 할 새도 없이 자의식이 산산히 부서지고만다.

그런 패턴을 우습게 보지 마라. 이 패턴에는 원래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힘이 있기에, 오랜 세월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단, 작자가 이렇게 그리려면 반드시 지켜야할 철칙이 있다. 그것은 [부끄러워하지 말 것]이다. 그리면서 작자가 부끄러워하면 이 패턴은 개그로 끝나고 만다.

[부끄러워하지마라] 즉 [자의식을 버려라]. 이것은 작가에게 너무나도 힘든 것이다. 작가라는 것은 그야말로 자의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의식이 넘치는 작가는 독자들에게 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패턴들을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독자들이 우습게 보지는 않지만, 작품도 봐주지 않게 된다.
많은 작가들이 내심 알고는 있지만 이런 자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런 인간들에게 [유리가면]은 공포이다.

----------

유리가면 최종화의 필자의 상상은, 우리 모두의 상상에 맡기고.
아무튼 이런 평론을 보니 확실히 유리가면은 창작자들에게 공포일 듯.
교주님아 교주님아
유리가면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덧글

  • Niveus 2010/04/12 22:23 #

    ...한권 나오면 다시 처음부터 다시 읽고 으아아악 빨리 다음권을!
    ...하고 몇년 더 기다리다 또 한권 나오면 또 똑같은 반응을;;;
    근데 정말 다음권 언제 나와요(;;;)
  • 사노 2010/04/12 22:39 #

    포기하면 편합니다..........(.................)
    어서 교주님께 만화빨이 내려오시길..........
  • Niveus 2010/04/12 22:42 #

    아니... 그냥 돈이 떨어지길 바라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 DOSKHARAAS 2010/04/12 23:05 #

    그래도, 미우라 선생은 마지막 화는 구상해 둔 상태라고 이야기하곤 한다지요...
  • 2010/04/12 23:3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사노 2010/04/12 23:32 #

    저도 미우치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미우라라고 해서, 미우라인가 했습니다. 웹 주소 감사합니다.
  • 나름 2010/04/13 00:33 #

    헐. 읽기까지의 과정이 한치의 틀림도 없이 저와 비슷하군요.저도 몇번이나 안보려고 발버둥을 치다가봤는데............................................정말후회하고있어요. 마약이란 애초에 손을 대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미우치 선생이 교단을 차리지 않았더라면, 아마....좀 속도도 노선도 다르게 가지 않았을까..생각해봅니다. 일단 벌써 완결은 났을 거 같아요 <- )
  • 사노 2010/04/13 19:26 #

    으음, 다행히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교주님 어서 내려달라고 기도까지는 하지 않는 지라 전 좀 나은가요;;;
  • 안녕 2010/04/13 16:37 #

    저는 유리가면 한번도 안봤는데 ,궁금해는 하고 있었어요, 오래전부터.ㅋㅋ 마약이라고 하니 왠지 더 궁금해지지만 손대면 큰일?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네요.ㅋㅋㅋ
  • 사노 2010/04/13 19:26 #

    오오오 아닙니다. 어서 유리가면 보시고 천국 가시는 겁니다.
  • 시바우치 2010/04/13 20:25 #

    나츠메 후사노스케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음 저도 원래는 순정만화 거의 안 보다가 친구 집에 문고판 사이즈 유리가면이 있어서 우연히 집어 보았다가 다 빌려서 밤새 미친듯이 읽은 경험이 있죠. 마지막의 진지함이라는 데서 공감이 됩니다. 황당무계한 세계관/장르/연출일수록 작가의 접근방식이 진지해야 독자에게 먹히는 법이죠. (랄지 압도되어서 먹을 수밖에 없게 된달지...) 부작용은 미우치 선생이 지나치게 자의식을 버리고 대우주와 하나가 된 나머지 종교활동 하느라 연재가 늦어지는 게;;
  • 사노 2010/04/14 23:01 #

    그놈의 [극화체는 완성형이라능!]에 질려서요. 원한은 없습니다.
  • 게스카이넷 2010/04/14 23:15 #

    내가 보다가 목이 너무너무 늘어나는 바람에 도중에 포기한 만화들...

    1. 유리가면

    2. 파타리로

    3. 왕가의 문장...

    OTL ...


    p.s : 지금 F.S.S.는 어떡할까 하고 고민중이란다 ;;;
  • ganesha 2010/04/16 09:34 #

    무심코 집었다가 열렬하게 읽었었죠.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저 어렸을땐 최종회로 홍천녀는 아유미였나? 경쟁자가 갖게되고 마야는 사장님과 행복하게 결혼한다는 루머가 떠돌았죠. 누구의 희망사항이었을까요..(참고로 사장님은 회사에서 쫓겨나 빈털터리 되서 빈손으로 다시 시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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